SIHONG_critique




1996년 개인전 (죽은 갯벌과 황폐한 영혼) / 홍승일

밀려나다시피 도달하게된 곳에는 죽은 갯벌이 펼쳐져 있었고, 그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은밀하게 간직해온 환상같은 기억들을 소멸시킬 정도로 거칠고, 메마르고, 차갑게 불어오고 있었다. 무엇이 그 풍경들을 그토록 황폐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그 진실을 알고 싶다.

화려한 조명을 쫓는 부나비의 윤무와 요란한 구호의 이면에 죽은 갯벌은 침묵과 망각의 공간 속으로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시대의 황폐를 넘어, 근원적인 삶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갯벌의 바람은 집요한 개인적인 그리움조차 흐트러뜨려 모퉁이의 갈대풀로 만들어 놓았다.

불빛들이 썰물처럼 밀려난 도시는 죽은 갯벌처럼 황무지가 되고, 그 황무지의 침묵과 어둠은 진실의 향방을 우리의 시야에 드러내 놓게 된다. 그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사라져 버리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조그만 집을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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