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ONG_critique




내적 생명감의 도출 / 홍승일

 마치 해변에서 조가비를 줍듯 도시의 변두리와 공사장에서 나무조각을 주워 모은다. 세월과 풍상의 때가 덕지덕지 붙은 그 나무조각들은 내게 알 수 없는 친근감을 준다. 하루종일 주워모은 나무조각들을 작업실에 벌여놓고 그것들과 씨름하기 시작한다. 씨름이라기 보다는 내 심연으로 잠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때로는 이념이니 제도의개선이니 관념이니 하는 것들이 성가시게 나의 잠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념은 파도의 거품이며 관념은 물위에 어른거리는 그림자에 불과하여 그것은 삶의 바다에서 그림자로 거품으로 용해되어 진다. 삶은 존재로 이어지고 존재는 하나의 생명이 된다. 나는 그 해변가에서 나무조각과 더불어 세월의 상처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교응을 시작하며 교웅의 도구로 못과 망치와 물감이 이용되어 진다. 나무는 결국 내 일부가 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서 있게 된다. 분만을 끝내고난 산모처럼 조그만 희열을 느끼며 변모된 나무를 바라보게 되는데 나무에 새로운 생명감을 불러 일으켰다는 사실보다는 그러한 나무에 의해 시들한 내면에 생명감이 일깨워 졌다는 것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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