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ONG_critique

 




홍승일 초대전에 부쳐 / 박옥생(한원미술관 큐레이터, 미술평론)

화가는 대상물에 자신의 내적 심상들을 투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론적 세계를 형성하고 완성시켜 나가기 마련이다. 작가 홍승일은 시멘트를 통해 시멘트가 갖는 물성(物性)의 다소 냉소적인 표정들을 빌려와 우연의 현상들을 집요하게 쫒아가며 기억의 반추(反芻)와 현재의 시선들을 잡아둔다. 작가가 정교하게 만들어낸 현대 건축의 일부분을 형상화한 벽체의 바탕에는 물이 흘러내린 흔적이나, 자연 이미지들이 외재적, 내재적으로 비치거나 스며든다. 이는 시멘트라는 현대 도시 문명의 대표적인 재료를 매개로 작가가 연출한 흔적들로써, 나무나 안개, 대지(大地)와 같은 자연의 심상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고착되는 성질로 인하여 변화해 가는 시간의 궤적 속에서 견고하게 화석화시킨다. 이로써 담벼락에 반사된 자연을 닮은 형상들은 과거, 현재, 미래의 기억의 흔적이자 인공과 자연, 죽음과 생명의 부드러운 조우이자 대화인 것이다.

이러한 회색의 도시 그 안에 반영된 자연을 은유한 삭막한 문명에 반사된 흔적들은 관조하는 작가의 사색의 증표이자 내적 풍경인 것이다. 그리고 기억이나 과거로 대표되는 생명과 안락과 따스함에로의 그리움인 것이다. 그의 시선은 옛 시인이 노래하였듯이 동쪽 울타리 밑에 국화를 따며, 유연히 남산을 바라본다(悠然見南山)와 같이, 작가의 내적 마음을 벗어나서 응시하는 서늘한 듯 아득한 감성을 담고 있다. 한원미술관은 건조한 도시 안에 스치고 지나간 우연의 흔적들을 오랫동안 실험적으로 연출해 온 홍승일 작가의 전시를 준비하였다. 이는 작가가 전하는 과거와 현재의 도시 속에 존재하는, 빛과 물이 만나고 스친 회색 풍경의 아무렇지도 않은 아름다움의 발견을 조용히 관상(觀想)하고자 함이다.(2010.10)

2010년 7회 개인전 (한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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